앞으로 닥칠 위기를 미리 준비하다.
전국시대, 제나라 ‘맹상군’이라는
이름난 인물이 있었다.
왕족의 한 사람인 그는 나라에서
대단한 힘과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집에는 늘 식객들로 붐볐다.
예전에는 세력가 집에 얹혀살면서
밥을 얻어먹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를 ‘식객’이라 불렀다.
맹상군은 식객들과 어울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즐겨했다.
그의 집에 머물던 식객들은 많을 때는
3,000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 소문을 듣고 ‘풍환’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식객이 되었다.
그 무렵, 맹상군은 ‘설’이라 불리는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 지역 백성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수많은 식객을 먹여 살렸다.
그런데 돈을 빌린 백성들 가운데
갚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누굴 보내서 돈을 갚으라고 하면 좋을까?’
이런 궁리를 하고 있을 때
1년 동안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던 풍환이 나섰다.
맹상군이 허락하자 그는 이렇게 물었다.
“빚을 받은 다음에 사 올 것은 없습니까?”
“무엇이든 좋소, 여기에 없는 것을 사 오시오.”
설 땅에 도착한 풍환은 그곳 사람들을 모아서
빌린 돈을 적은 문서를 하나하나 살피고
여유가 있는 이들부터 이자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맹상군께서는 여러분들의
힘겨운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
그래서 앞으로 모든 빋을 깨끗이 없애 주라고 하셨소.”
풍환이 모아 놓은 문서 더미에
불을 지르자 설 땅 백성들은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풍환이 돌아오자 맹상군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가져왔는가?”
“지금 공께 부족한 것은 은혜와 의리입니다.
차용증을 불살라 설 땅 백성들에게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은혜와 의리를 얻어 왔습니다.”
이에 맹상군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지만 그냥 넘어갔다.
1년 후, 맹상군이 새로 즉위한 민왕에게
미움을 바당 재상에서 물러나자
식객들은 모두 뿔뿔이 떠나 버렸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잠시 설땅에 머물기를 권유했다.
맹상군이 설 땅으로 옮겨가자
백성들이 100리 밖까지 나와 환영했다.
그제서야 맹상군이 풍환에게 말했다.
“선생이 전에 은혜와 의리를 얻었다고
한 뜻을 이제야 깨달았소.”
“꾀 많은 토끼는 구멍을 세 개나 뚫는다 했습니다.
지금 겨우 굴 한 개를 뚫었으니
나머지 두 개의 굴도 마저 뚫어 드리겠습니다.”
그 후, 풍환은 위나라로 가서 혜왕을 설득했다.
“제나라 왕이 그를 버렸으니,
지금 맹상군의 마음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예물을 보내 그를 맞으신다면
장차 위나라에 큰 이득이 생길 것입니다.”
혜왕 역시 그 이름을 익히 들은 터라
풍환의 말에 따라 금은보화를 준비해 맹상군을 초청했다.
하지만 그는 풍환이 시킨 대로
무려 세 차례나 거절했다.
이 소식이 제나라에 알려지자 민왕은 아차 싶었다.
맹상군의 진가를 알아차린 민왕은
그를 다시 재상 자리에 앉혔다.
맹상군을 위나라에 빼앗긴다면
여러모로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이로써 두 번째 굴이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풍환은 맹상군에게 설 땅에
조상 위패를 모실 종묘를 세우도록 했다.
조상의 종묘가 맹상군이 다스리는 땅에 있다면
왕의 마음이 바뀌어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말했다.
“이것으로 굴 셋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베개를 높이 베고 근심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맹상군은 수십 년 동안 재상으로 있으면서
별다른 화를 입지 않았는데
이는 풍환이 세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덕이다.
‘교토삼굴’은 여기에서 비롯했다.
“앞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 놓으면
뜻하지 않은 불행에 대비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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