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만 기다리는 어리석은 사람
한비자는 법가에서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당시 법가는 유가와 반대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유가를 공격하려고
여러 가지 우화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음 같은 이야기다.
춘추시대, 송나라에 한 농부가 살았다.
해만 뜨면 밭에 나가 일하는 아주 부지런한 농부였다.
어느 날, 그가 밭에서 한창 일하고 있을 때였다.
난데없이 토끼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밭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크게 부딪쳐 나뒹굴었다.
농부가 다가가니 토끼는 죽어 있었다.
“오늘은 재수가 좋은 날이군.
힘들이지 않고 통통하게
살찐 토끼 한 마리를 얻다니.
만날 이런 일이 생기면 좋겠구나!”
그날부터 농부가 농사일을 팽개치고
그루터기를 지키자
동네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저 사람, 갑자기 이상해졌어!
일은 안하고 날마다 밭에 앉아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동네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자 농부가 대답했다.
“며칠 전, 이 나무 그루터기에
토끼가 부딪쳐 죽었소.
나는 지금 토끼가 다시 나타나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오.”
하지만 그때처럼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자.
농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만 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밭에는 잡초가 자라나
농부는 농사조차 망쳐 버렸다.
공자나 맹자 같은 유가는
'인'을 바탕으로 한 왕도 정치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를
요순시대로 꼽았다.
반면, 법가인 한비자는
요순을 이상으로 하는 왕도 정치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면서
수주대토의 비유를 들었다.
옛날에 훌륭했던 방법을 지금 적용한다면
이는 그루터기 옆에서 토끼를
기다림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한비자는 새로운 시대 흐름을 따르지 않고
예전의 낡은 관습만을 지키려 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것이 옳은 지적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지금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이
행운만 바라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로또 복권에 인생을 걸로
당첨만을 기다리거나
시험 공부는 하지 않고 잘 찍어서
점수를 높이려 한다면 ‘수주대토’라 이를 만하다.
<요순시대>
부족들로 이루어진 고대 중국은
요임금과 순임금 덕분에
살기 좋은 시기를 맞이한다.
태평성대를 이룬
요와 순 임금의 이름을 따
‘요순시대’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요임금과 순임금을
가장 훌륭한 군주로 본다.
이때 백성들 삶은
넉넉하고 여유로웠으며
왕이 아들이 아닌
덕이 많은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선양이 있어 다툼도 없었다.
이 요순시대는
오늘날까지 태평성대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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