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를 모른 채 함부로 날뛰다.
한나라 시절, 회남왕 유안이 펴낸 <회남자>는
도가, 법가, 유가 등 여러 학설을 모아서 엮은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이 책에 흥미로운 사마귀 이야기가 나온다.
춘추시대, ‘장공’이라는 제나라 왕족이 있었다.
하루는 수레를 탄 그가 사냥터에 가고 있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왕족의 행차에 무례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길가에 멀찌감치 물렀다.
그런데 웬 벌레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에서
앞발을 치켜들고 수레바퀴를 칠 듯이 덤벼들었다.
수레가 벌레를 깔고 지나치려는 순간,
장공이 급히 수레를 멈추게 하고는 마부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 벌레는 무엇이냐?”
“사마귀입니다.”
어려서부터 궁에서 자란 장공에게는
사마귀는 처음 본 희한한 벌레였다.
삼각형 머리에 눈알은 튀어나왔으며,
기다란 더듬이가 채찍 두 개 같았다.
앞가슴은 가늘었으나 배는 크게 부풀었으며,
앞발은 마치 톱니가 달린 낫 같았다.
물끄러미 벌레는 보던 장공이 혀를 차며 말했다.
“참, 맹랑한 놈이로군. 수레를 칠 듯한 기세 아니냐?”
“저놈은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은 모르며,
제 힘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덤벼드는 버릇이 있사옵니다.”
장공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렇게 말했다.
“저 벌레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용감한 장군이었으리라.
벌레이지만 그 용기가 기특하니 수레를 돌려 피해 가라.”
마부는 그 말을 따라 길 옆으로 사마귀를 비껴갔다.
이 이야기에서 ‘당랑거철’이 비롯했다.
“사마귀가 앞발을 쳐들고 수레를 막는다”라는 뜻으로
자기 힘도 모른 채, 함부로 덤벼듦을 빗대는 말이다.
이를테면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고
항우장사 앞에서 힘 자랑하는
애송이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을
당랑거철이라 할 만하다.
약자에게 이해와 배려를 보여준 장공 덕에
살아남은 사마귀는 어리석었지만
그 무모함으로 자기 목숨을 구했다.
도전에 대한 회의가 많은 요즘일수록
어린 시절 혹은 청소년 세대에게는
조금은 무모할 수 있겠지만
이 사마귀와 같은 도전 정신이 필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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