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는 대로 맞히는 명사수
양유기는 초나라 장왕 때 장수이다.
춘추전국시대를 통틀어 최고 명궁인 그가
활쏘기 시범을 보일 때면
수천 구경꾼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들은 양유기가 화살을 쏘아
과녁에 맞힐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칭찬했다.
“과연 활 잘 쏘는 명궁이야! 쏘았다 하면 다 맞히는군.”
이 이야기는 아직 그의 활 솜씨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 일이다.
초나라 장왕이 다른 나라로 전쟁하러 나간 틈에
재상 투월초가 반란을 일으켰다.
투월초는 장왕이 돌아오는 길을 막았다.
양쪽 군사들은 강을 끼고 대치했다.
왕의 군사들은 투월초의 뛰어난 활 솜씨를 무척 두려워했다.
투월초는 강 건너편에서 활을 높이 들고 외쳤다.
“내게 맞설 놈이 있으면 어디 나오너라!”
이때, 양유기가 앞으로 나왔다.
“여기 있다! 네가 활쏘기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군사들을 피 흘리게 하지 말고
우리 둘이서 활쏘기로 승부를 내면 어떠하냐?”
양유기가 당당하게 나오자 투월초는 겁이 났다.
하지만 거절하면 군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두려워 이를 받아들였다.
“좋다, 덤벼라! 화살 한 대에 네놈을
저승사자 밥으로 만들어 주마!”
“큰소리치지 마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도 모르느냐?”
이리하여 두 사람은 활쏘기 실력을 겨루었다.
각각 세 번씩 활을 쏘아 승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투월초는 먼저 쏘겠다고 했다.
제아무리 활 솜씨가 좋아도 먼저 쏘아 죽여버리면
이길 수 있다는 속셈이었다.
“좋아, 마음대로 하시지!”
투월초는 먼저 양유기에게 화살을 쏘았다.
양유기는 처음 날아온 화살을 활로 쳐서 떨어뜨리고
두 번째 날아온 화살은 몸을 옆으로 기울여 피해 버렸다.
마지막 화살 하나만 남자 투월초는 몹시 당황해 소리쳤다.
“대장부가 몸을 피하다니…..! 비겁하지 않느냐!”
투월초가 억지를 썼지만 양유기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피하지 않겠다!”
양유기는 그 자리에서 꼿꼿하게 서서
세 번째로 날아오는 화살의 촉을 두 이빨로 물었다.
그러고는 투월초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이번에는 내 차례다. 세 번씩 쏘기로 했다만
나는 이 한 번으로 승부를 결정하겠다!”
이렇게 말한 양유기는 화살 없이
빈 줄만 튕겨 소리를 보냈다.
투월초는 줄이 우는 소리를 듣자
화살이 날아오는 줄 알고 옆으로 뭄을 기울였다.
그 순간, 진짜 화살이 번개처럼 날아와 투월초 머리에 꽂혔다.
그가 자리에 고꾸라져 죽자, 반란은 진압되었다.
<사기>는 양유기를 이렇게 적고 있다.
‘양유기는 초나라 사람으로 활을 잘 쏘았는데,
버드나무 잎을 100보 떨어진 곳에서 쏘면 100번을 다 맞혔다.’
여기에서 백발백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활이나 총 따위를 “100번 쏘아 100번 모두 맞힌다”라는 뜻이다.
또는 무슨 일이나 계획이 조금도 틀어지지 않고
잘 들어맞음을 빗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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