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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문경지교 – 목이 잘려 나가도 꿈쩍 않는 절친한 벗을 사귀다

by 스텔라쑤 202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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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전국시대, 조나라 인상여는 화씨벽을 둘러싼 다툼을

잘 해결하고 돌아와 완벽이라는 고사성어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 공을 인정받아 그는 상대부 벼슬을 받았다.

 

3년 후 , 진왕이 조왕에게 면지라는 곳에서 만남을 청했다.

조왕은 진나라가 두려워 응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비겹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별수 없이 그 자리에 나갔다.

 

진왕은 조왕을 망신 주려고 일부러 그 자리를 마련했는데

옆에 있던 인상여가 조왕을 구해 주었다.

 

또 꾀를 써서 진왕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그 공으로 인상여는 다시 상경이라는 더 높은 벼슬을 얻었다.

 

상경은 다시 뛰어난 조나라 장수 염파보다 윗자리였다.

염파는 이를 매우 불쾌하게 여기며 이렇게 말했다.

 

조나라 장군인 나는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인상여는 겨우 입과 혀를

조금 놀렸을 뿐인데 나보다 지위가 높다.

 

더구나 인상여는 본디 천한 출신 아닌가?

도저히 부끄러워 그의 밑에 있을 수 없구나.

 

인상여를 만나면 기필코 모욕을 주고 말리라!”

 

인상여는 이 말을 전해 듣고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조회가 있을 때에도

병을 핑계대고 잘 나가지 않았다.

 

염파와 지위 다툼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뿐만 아니라 외출했을 때도

멀리에서 염파가 오면 급히 수레를 끌고 숨었다.

 

그를 따르던 부하들은

슬며시 화가 치밀어 불평을 쏟아 놓았다.

 

우리는 사내대장부다운 기개와 의기를 우러러

상공을 모시고 있습니다.

지금 상공께서는 염파에게 모욕을 당할까 두려워

피하고 숨기만 합니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도 부끄러워하는 일이거늘

공은 상경이 아닙니까?

저희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떠날까 합니다.”

 

인상여가 이들을 붙들며 물었다.

 

그대들은 염 장군과 진왕 중

누가 더 무서운 사람이라 여기는가?”

 

염 장군보다야

진왕이 훨씬 더 무섭지요.”

 

그럼, 내 말을 잘 듣게,

나는 일찍이 진왕을 두려워하지 않고

궁에서 그와 당당히 맞서며

그 신하들을 꾸짖었다.

 

그런 내가 어찌 염장군을 두려워하겠는가?

다만 강한 진나라가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나와 염장군 두 사람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두 마리 호랑이가 서로 물어뜯고 싸운다면

그 결과가 어떻겠나?

둘 다 무사하지 못하거나 어느 한쪽은 죽고 말 테지.

 

나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한을

뒤로 제쳐 두어 염 장군을 피하고 있다네.”

 

부하들은 비로소 인상여의 깊은 마음을 깨닫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속이 좋은 행동을 뉘우쳤다.

 

 

이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움을 느낀 염파 장군도

인상여를 찾아가 스스로 벌을 청했다.

 

염파는 웃통을 발가벗고 가시나무 묶음을 등에 진 채,

대문을 두드렸다.

그 가시나무로 자신을 때려 달라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나를 벌해 주시오. 내가 어리석어 상공의

깊고 넓은 뜻을 모르고 함부로 굴었소.

미안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염파는 진심으로 사죄했다.

 

두 사람은 마침내 화해하고

문경지교를 맺어 죽는 날까지 뜻을 함께했다.

 

 

문경지교는 여기에서 비롯했다.

목이 잘리더라도 마음이 변치 않는

친한 사이를 일커는 말이다.

 

서로 죽음을 대신할 수 있는

문경지교의 벗이 평생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삶을 살았다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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